물류시설 넘어 종합항만으로

김정후 런던대 UCL 지리학과 펠로·한양대도시대학원 특임교수

역사적으로 전 세계의 많은 국가가 해상교역을 통해 발전했고 해상교역의 중추인 항만은 지역경제를 지탱했다. 특히 18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항만 주변에 대형 산업단지가 조성됨으로써 항만은 도시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마르세유 로테르담 시드니 도쿄 홍콩 등의 항만도시가 세계도시로 성장한 주요한 이유다.

항만은 20세기 후반부터 세계화 컨테이너화 교통과 정보통신의 발달에 힘입어 더욱 확장되었고 첨단 및 친환경 기술까지 접목했다. 선도적 항만은 문화 지식 금융 업무 상업 여가 주거를 아우르는 자족도시의 수준까지 진화했다. 이러한 신항만시대에 ‘항만 재생’은 물리적 기반시설의 개선에 치중한 항만 재개발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항만을 창조하기 위한 효과적 접근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항만 재생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맥락을 아우르며 지속 가능한 수변 환경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입 화물수송의 95% 이상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질 만큼 항만이 경제의 중추를 담당했지만 대부분이 물류시설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산항이 세계 2위의 환적 컨테이너 처리 항만인 것을 포함해 항만 경쟁력의 대부분도 물류항으로서의 역할로 한정된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2013년 해양수산부가 부활했고 2020년까지 고부가가치 항만 조성을 위한 정책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국토를 권역별로 나누어 항만별 특성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데 이즈음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물류 기능을 유지하면서 종합 항만을 조성하자. 21세기 항만의 키워드는 물론 사람 환경 여가 사업 등이다. 과거에 거대한 선박과 층층이 쌓인 컨테이너가 항만을 평가하는 잣대였다면 현재는 해양관광산업과 창조산업은 물론이고 혁신산업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항만이 더이상 환경파괴의 주범이 아닌 환경을 보호하는 첨병이고 시민들에게 친수형 여가 및 공공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도시 재생의 맥락에서 항만 재생에 접근하자. 물류 중심의 항만은 계속해서 쇠퇴하기 마련인데 항만 자체를 넘어 도시를 아우르는 재생의 관점에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항만 재생을 도시의 사회·경제적 비전과 연결시켜 도시 활성화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항만 재생이 지역의 균형 발전, 환경 개선, 공동체 회복, 일자리 창출 등의 도시 재생 전략과 긴밀히 통합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양국가로 성장했지만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과 마주했다. 항만 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뿌리내리고 그 위에 21세기 국가 경쟁력의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바다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동아일보 20150525

http://news.donga.com/3/all/20150525/714462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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