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후 박사는 지난 3월에 시작해 6월에 끝난 2021 근대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번 공모전의 대상지는 전남 ‘일신방식 공장부지’로서 김정부 박사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산업유산 재활용 분야라 의미가 큽니다. 다음은 김정후 박사의 심사 총평입니다.
“이번 공모전의 대상지인 전남 일신방직 공장은 10만평에 달하는 부지이고, 여전히 많은 근대건축물과 시설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참가자들은 도시계획적 맥락과 건축적 맥락을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하고, 특히 보존과 활용에 대한 관점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렵고 특수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참가자들이 산업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의 관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모전은 충분히 성공적이라 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건물을 디자인하는 공모전을 넘어 도시와 건축의 역사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기회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국내에 유사한 조건을 보유한 부지와 산업유산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본적으로 대상부터 특선까지 수상한 14개 작품의 차이는 크지 않다. 그렇지만 대상을 수상한 두 개의 작품인 ‘흔적을 관(貫)하여 통(通 )하다’와 ‘실을 만들던 공장에서 문화를 만드는 광장으로’는 조금 더 명확한 주제 의식과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먼저, ‘흔적을 관(貫)하여 통(通 )하다’는 새로운 거리축을 설정해 부지 내외의 흐름을 연계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적절히 조직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건물과 공공공간도 잘 어우러졌다. 다음으로 ‘실을 만들던 공장에서 문화를 만드는 광장으로’는 기존 산업유산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부지 전체를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공공공간으로 조직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방직공장의 구조적, 공간적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새로운 기능과 프로그램을 접목한 점에서 탁월하다.”
전남, 일신방직의 산업유산적 가치와 새로운 도시재생의 방향
New Urabn Regeneration of the Old Jeonnam & Ilshin Textile Industry Factory Site in Gwangju
‘(사)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약칭 근대도시건축연구회)’과 (사)새건축사협의회는 “전남, 일신방직의 산업유산적 가치와 새로운 도시재생의 방향” 이라는 주제로 「2021 근대 도시건축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한다.
산업화와 거리가 멀었던 식민지하에서 의식주와 관련된 산업이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그 중에서 제사공장과 방직공장이 대표적인 산업시설이었다. 1920~30년대 한반도의 주요 도시에는 예외없이 제사공장과 방직공장이 들어섰다. 특히, 전남은 면화생산과 노동력 확보의 용이함으로 인해 방직공장의 적지였다. 주야 12시간 2교대 조업을 전개할 정도로 생산성이 높았지만 이는 곧 식민지하 노동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1935년에 건설된 종연방직 전남공장은 1948년 전남방직공사로 명명되었고 1951년 민간에 불하되어 1952년 전남방직주식회사로 발족했다. 노동자가 많을 때에는 4천명에 이르렀다. 1961년에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으로 분할되었다.
전남+일신방직 공장은 시민들에게 일제수탈의 아픔의 현장이지만 해방이후 광주 전남지역 산업의 상징으로 애증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공장이 멈춘지 오래지 않아 공장 곳곳에서는 노동자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공장이다. 공장의 일부 시설은 근대산업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 특히 광주에 마지막으로 남은 근대산업시설이며 여성 노동자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이 땅에 마지막으로 온전하게 남아있는 방적공장이기도 하다.
10만평에 달하는 상당하는 넓은 부지에 위치한 전남+일신방직은 공장 뿐 아니라 기숙사와 사택 그리고 보육과 교육시설 및 의료시설과 교회에 이르기까지 산업공동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도심과 광주천 인근에 위치한 거대한 시설군이 도시적 맥락에서 개발과 도시재생이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동력을 제공하는 화력발전소, 방적공장 생산라인의 습도유지와 기숙사 난방을 위한 설비와 보일러실, 극락강에서 가져온 물을 공급하기 위한 고가수조 등은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없는 1930년대 산업시설이다. 가정을 돌보면서 동시에 산업전사로서의 역할을 마다한 여성노동자들의 오랜 노동에 지친 모습과 산업화시절의 역동성이 공존하는 공장과 숙소, 화순에서 석탄을 옮겨온 철도, 종교시설, 국기게양대 등 이대로 버려지거나 잊혀질 수 없는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들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근거였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산이다. 이에 ‘(사)근대도시건축연구와실천을위한모임’과 ‘새건축사협의회’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학생과 일반인과 함께 광주 전남, 일신방직 공장의 역사적 가치와 교훈은 남기면서도 도시재생과 도시환경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상생의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진 시간이 압축된 근대도시공간의 보존과 창의적 활용을 위해, 건축과 대지의 경계를 넘어 확장된 범위인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접근하여,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이 될 수 있도록 창의적 해석과 제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