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평, 음악주도 도시재생을 향하여

2015년부터 인천광역시 부평구는 ‘부평음악도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 전쟁 당시 부평에는 주한미군의 보급물자를 관리했던 에스컴(ASCOM)이 자리 잡았고, 에스컴에 근무하던 미군들이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로큰롤을 전파했다. 이 과정에서 한미 대중음악 간의 교류가 이루어졌고, 나아가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발전하는 계기도 만들어졌다. 이후 에스컴은 물론이고, 주변의 크고 작은 클럽이 로큰롤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는 통로가 됨으로써 부평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부평이 음악을 선택한 분명한 이유다. 따라서 부평음악도시 조성사업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중요한 단면을 재조명하고, 음악을 매개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점에서 충분한 당위성과 시의성을 갖추었다.

도시재생의 성패는 활성화의 원동력이 무엇인가에 달렸다. 유행을 쫓아 지역의 정체성과 무관한 방식을 접목할 경우 단기적 성과를 낳을 수는 있으나 지속가능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평음악도시는 선명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한 전형적인 ‘음악주도 도시재생(Music-led Urban Regeneration)’이다. 오늘날 음악산업은 정보통신기술, 소프트웨어, 소셜네트워크와 연계되어 창조산업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음악은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물론이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참여와 교류를 가능케 하는 응집력을 지녔다. 따라서 음악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 경제 활성화와 사회통합의 기능까지 갖춘 도시재생의 견인차다.

음악이 도시재생의 핵심적 역할을 한 리버풀, 쉐필드, 마르세이유, 취리히 등을 살펴보면 음악의 역할과 시너지 효과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특화된 음악 행사는 매년 수많은 방문객을 유치함으로써 관광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젊은 음악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미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높은 수준의 라이브공연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는 지역의 자부심과 커뮤니티를 공고히 한다. 또한 이 도시들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은 음악관련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개발과 스타트업이 활발하고, 이를 토대로 보다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왜냐하면 음악은 국가와 지역을 초월해 그 자체로 소통 가능한 ‘보편언어’로서 여타 문화 분야와 비교해 쉽고 빠르게 다각적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명실공히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자치단체는 근본적인 물음과 마주한다. 무엇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실천할 것인가? 정답이 존재할 수 없지만,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지역의 정체성에 뿌리 내린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검증된 방식이다. 그러므로 부평음악도시는 우리나라에 선례가 없는 선도적인 음악주도 도시재생사업이고, 나아가 문화기반 도시재생의 모범적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음악주도 도시재생은 화려한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하거나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사회에 음악의 씨앗을 뿌리고 주민과 호흡하며 그 열매가 맺도록 음악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평구문화재단은 일련의 음악 관련 사업, 행사, 교육,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고, 전문가와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부평구는 지난 7년 동안 지속가능발전을 올곧게 실천해왔다. 이제 부평이 새롭게 도전하는 음악주도 도시재생은 음악도시로서의 역사적 디엔에이(DNA)와 지속가능발전 디엔에이가 어우러져 21세기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도시의 미래상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한껏 기대한다.

김정후 런던대학 펠로·한양대 도시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