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서울시장과 자문 건축가

박원순 시장의 자문 건축가가 
갖추어야 할 덕목 두 가지
한 도시를 이끄는 시장과 건축은 긴밀한 관계를 갖는다. 먼 옛날의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파리 시장 자크 시라크(1977~95)와 런던 시장 켄 리빙스턴(2000~08) 그리고 현 뉴욕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까지, 대통령과 총리에 버금가는 지명도를 가진 시장들의 이름 옆에는 성공한 굵직한 건축 프로젝트가 따라다닌다. 특히, 건축을 통한 도시재생이 세계적인 화두이고, 녹색성장으로 대변되는 친환경 시대가 도래한 오늘날 건축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는 시정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주목할 점은 시장의 눈과 귀 구실을 하는 자문 건축가의 존재다.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앞서 언급한 시장들이 탁월한 실력과 높은 인품을 갖춘 자문 건축가를 가까이 두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해서, 도시의 맥락과 환경을 정확히 꿰뚫는 혜안을 가지고 시장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보좌하는 자문 건축가가 시장의 리더십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시장과 공무원들의 능력에 의해서 오롯이 성취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서울의 상황을 살펴보면 심각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의 건축적 노선에 당연한 반론과 건설적 대안을 제기한 건축가들이 철저히 외면당했다.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걸림돌과 같은 존재였다. 이는 곧 전시성 대형 프로젝트가 필연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을 생략한 채 줄지어 시행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제 서울 시민은 물론이고 나아가 국민 전체의 기대를 짊어지고 새롭게 출발한 박원순 서울시장 옆에 다음과 같은 덕목을 갖추고, 그의 건축적 조타수가 되어줄 자문 건축가가 굳건히 자리하기를 바란다.
먼저 모두가 ‘예’ 할 때 ‘아니오’를 주장하는 건축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시장이 특별한 조처를 취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무수히 많은 건축 행위가 시시각각 벌어지고, 제안되기 마련이다. 옳고 그름을 신중히 논할 여지 없이 돈이 되는 일은 우선 벌이고 보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건축가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건축계를 위한다는 자가당착적 모순에 사로잡혀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계 내부에서도 건축계에 공헌한다는 명목으로 때때로 이들을 칭송한다. 극단적으로 편협한 생존논리를 따르는 건축가가 서울의 도시환경을 고민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여길 리 만무하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고, 상황을 냉철히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건축가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정치를 통해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려 들지 않는 건축가. 건축가 중에는 정치인과 결탁해-혹은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건축적 야망을 실현하려는 경우가 있다. 건축가가 디자인을 통해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웅대한 포부를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와 타협하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정치와 적절히 타협해 졸속으로 세워진 건물이 지금 서울에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시장이 건축에 대한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언할 수 있는 건축가가 필요하다.
당연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우리에게 이런 건축가가 있는가? 이에 대한 열쇠는 전적으로 박원순 시장이 쥐고 있다. 인기에 영합한 개발에 반대하고, 정치적이지 않으며, 시민을 위한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건축가를 곁에 두고 그와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박원순 시장이 올곧게 서울을 사랑하는 자문 건축가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20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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