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박원순 새 서울시장과 서울의 도시정책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쟁점들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은 도시정책 발전의 초석을 놓아야…

10월 26일에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 시장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오세훈 전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인한 선거였고, 내년 봄에 19대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기에 어느 때보다 전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러면 수도 서울의 새 시장을 맞은 이 시점에서 시장이라는 자리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보자. 시장의 영문 표기인 ‘메이어(Mayor)’는 ‘위대한’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매그너스(Magnus)’에서 유래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에서는 1189년에 리차드 1세가 처음으로 런던시장을 임명하면서 시장의 역사가 시작되었는데, 시장은 첫 번째 시민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 받았다. 따라서 시장은 시민 위에 군림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살피고, 처리하는 자리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을 살펴보면 나라와 도시를 불문하고 과거 어느 시기보다 시장의 역할이 부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도시세대’가 탄생한 오늘날 도시는 이미 국가라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무한경쟁의 시대에 돌입했고, 시장의 리더십은 도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같은 도시세대를 이끄는 시장의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도시정책’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쟁점들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도시정책은 모든 분야를 합리적으로 아우르고, 전문가와 일반인의 참여를 유도하며, 도시가 일관되게 미래를 향하도록 하는 지침이라 할 수 있다.
도시정책 개발의 선두주자인 영국의 정책 개발을 주도하는 케이브(CABE)는 “디자인은 더 이상 주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디자인에 관한 모든 결정은 명확한 정책의 틀 거리 안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선진국을 쫓는 나라들이 종종 범하는 오류는 우수한 도시환경을 벤치마킹 하면서 눈에 보이는 물리적 측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높은 수준의 도시환경이 최상의 도시정책을 통해 탄생했음을 간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딱히 외국 혹은 자국 건축가를 구분할 필요 없이 런던, 뉴욕, 동경과 같은 선진 도시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 중요한 작업은 해당 도시의 도시정책을 이해하는 것이다. 정책을 통해서 그 도시가 추구하는 비전, 원칙, 개념을 정확히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역으로 우리 또한 도시 개발을 시행할 때 유행에 편승한 추상적 혹은 주관적 목표가 아니라, 도시정책을 통한 객관적 가이드라인을 참여한 건축가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서울의 새로운 리더가 된 박원순 시장이 이 같은 도시정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도시정책을 개발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점에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첫째, 단기적 처방을 위한 도시정책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자. 역설적으로 왜 인구 천만 명이 넘는 서울을 이끄는 도시정책이 아직 없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1995년에 초대 민선시장이 탄생한 이후 현재까지 누구도 미래지향적 도시정책 개발을 위한 초석을 놓지 못했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의 도시정책 개발에 대한 성공 여부도 훗날 동일한 기준에서 평가 받아 마땅하다.
둘째, 서울을 위한 도시정책에 집중하자. 도시는 살아 숨쉬는 유기체와 같으므로 도시정책은 끊임없이 새롭게 등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범하는 오류는 유행에 편승한 도시정책 수립이다. 일명 ‘종합선물세트 정책’이다. 종합선물세트 정책에는 없는 것 없이 모두 들어있지만, 정작 절실하게 필요한 정책의 디테일이 없다. 수많은 총론을 망라하고, 각론이 없는 정책은 그것을 보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실무자에게 아무런 쓸모 없는 문서에 불과하다. 세계가 공유하는 아젠다를 담은 정책이 서울에도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세계가 주목하지 않지만 서울에는 반드시 필요한 도시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서울시민을 위해서다.
셋째, 도시정책을 계승, 발전시키는 전통을 수립하자.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도시의 도시정책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한 순간에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친 정책을 만든 후에 끊임없이 다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함으로써 탄탄한 정책은 탄생한다. 비록 현재 서울을 이끄는 종합적인 도시정책이 없다 할지라도 지난 10여 년 동안 도시정책에 관한 많은 논의가 있었고, 일정 정도 의미 있는 성과도 거두었다. 따라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기존 도시정책의 성과를 보완하고, 오류를 수정하여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비로소 도시정책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시민운동가로서 박원순 시장의 경험과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소통 능력은 그가 서울을 위한 뿌리 깊은 도시정책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훗날 박원순 시장이 세계 최대, 최고 따위의 수식어가 붙은 전시성 프로젝트를 시행하지 않은 대신에, 도시정책 발전에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를 바란다. 그 때 서울시민은 살기 좋은 도시를 향한 꿈을 키울 수 있으리라.
김정후 박사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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