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슬포드 브리지, 희망과 가능성을 잇다

카슬포드 브리지, 희망과 가능성을 잇다

김정후

강은 도시 발전을 위한 핵심 중 하나다. 농업과 어업을 위한 기반이며,각종 물류 수송을 위한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강이 젓줄로 여겨지는 이유다. 그러나 강은 도시나 마을을 분리시키는 치명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북이든, 동서든 간에 강을 경계로 분리된 두 지역이 비슷한 성격을 갖거나 동시에 번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렇게 분리된 두 지역을 연결하는 장치가 ‘다리’다. 다리는 지리적 통합을 넘어서 사회적 통합을 위한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기능적, 공학적 대상으로 주로 여겨졌던 다리는 미학적 관심의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즉, 다리는 당대 최고의 기술력과 디자인이 결합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건축가들이 다리 디자인에 큰 관심을 갖게 된 이유다. 결과적으로 런던의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브리지(Erasmus Bridge), 프랑스의 미요 브리지(Millau Viaduct)등을 비롯하여 21세기 들어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유럽의 다리는 무수히 많다. 규모나 관심면에서 이와 같은 다리에 견줄 수는 없지만, 의미만큼은 뒤지지 않는 다리가 지난 7월에 완공되었다. 주인공은 영국 북부 요크셔 지방의 작은 마을 카슬포드에 완공된 ‘카슬포드 브리지(Castleford Bridge)’다.  [격월간 와이드 2008]

미디어 주도 지역 재개발

카슬포드는 인구 4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에어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슬포드는 한 때 광업과 직물 산업이 크게 번성했었다. 세계적인 조각가 헨리 무어가 이곳 출신이며, 그 역시 광부의 아들을 태어났다. 카슬포드는19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쇠퇴하여 요크셔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20%에 육박하는 실업률로 인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인근 대도시로 이주했고, 도시는 더 이상 활력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1년 영국의 방송사인 채널4가 카슬포드 재개발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채널4는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그랜드 디자인’을 비롯해서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프로그램을 제작하여 건축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텔레비전 방송의 특성상 채널 4에서 등장하는 이슈들은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채널 4는 낙후된 지역 재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몇 개의 적합한 후보 지역을 선정했다. 이는 단순히 지역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자금 조달, 디자인 선정, 실행 등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도전적인 작업이다.오랜 논의 끝에 우선적으로 선정된 도시가 바로 카슬포드다.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케빈 맥클라우드가 카슬포드를 찾았을 때, 활력을 잃은 마을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마을의 기반시설이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주민들 역시 마을의 발전에 대해서 별다른희망이 없었다. 패배의식에 젖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빈은 담당 공무원 및 전문가, 주민, 잉글리쉬 파트너쉽, 케이브 등의 조언을 받아서 지역을 재개발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계획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가장 절실한 것은 에어강을 건너는 다리였다. 남쪽에 주요 상업 시설들이 위치해 있으므로 북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시로 에어강을 건너야 하는데 이를 위한 다리는 놀랍게도 단 하나밖에 없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다리의 보행로는 두 사람이 겨우 통과할 정도로 비좁고 위험했다. 에어강은 그야말로 마을을 둘로 나누는 심각한 장애물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에어강은 아름다운 지형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마구잡이로 버려진 각종 쓰레기로 인하여 완전히 죽은 강으로 전락했다. 케빈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카슬포드 재개발에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함을 절감하고, 초기부터 주민들을 계도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특히, 이 지역 토박이자 은퇴한 주부인 웬디 레이너의 헌신적 노력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마스터플랜 하에 11개의 주요 프로젝트가 결정되었고,그 출발점으로 2003년에 순수한 보행자교를 위한 카슬포드 브리지 현상설계가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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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안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디자인은 레나코 베네데티가 제안한 강에 떠있는 다리다. 그의 디자인은 초기 예산인 40억을 훨씬 초과하여 거의 두 배에 달했지만 기존 보행자교와 구별되는 신선함으로 인하여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선정되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을 뿐, 다리가 놓일 부지 매입과정에서 주변 거주자들의 심각한 반대에 직면했다. 이들의 동의없이는 다리 건설이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2005년에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폭우가 쏟아졌고 이로 인하여 에어강 상류에서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왔다. 결정적인 타격은 폭우에 화물선이 떠내려와 정확히 다리가 놓일 예정인 위치에 걸친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과 베네데티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최종안대로 강에 떠있는 다리가 건립되었다면 화물선과 다리가 충돌했음은 불을 보듯 자명한 사실이다. 베네데티의 디자인은 취소되었고, 결과적으로 별다른 진전없이 5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다시 디자인에 착수한 베네데티는 화물선이 통과할 수 있는 충분한 높이를 확보하면서 우아한 S자형 곡선을 가진 전혀 새로운모습의 다리를 선보였다. 마치 강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부드러운 모습을 연상시키는 형태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총길이 130m인 카슬포드 브리지는 3개의 단순한 V자형 앵커에 의하여 지지되며, 그 위에 얹혀진 상판은 목재 데크로 이루어졌다.목재는 유선형 다리와 함께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목을 잘라서 만든 다리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 같다고 할까. 핵심 중의 하나는 데크 위에 20m에 달하는 벤치가 설치되었다는 점이다. 즉 카슬포드 브리지가 단순히강의 남북을 연결하는 것이라 하나의 공간으로 계획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주민들은 강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편안하게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카슬포드 브리지는 명실공히 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공공공간으로 탄생했다. 이와 같은 카슬포드 브리지는 주민들조차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카슬포드의 아름다움을 재인식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다. 바로 카슬포드 브리지가 마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조망지점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카슬포드 브리지의 미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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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7월 화창한 여름날, 카슬포드 브리지가 문을 열었다. 앞서 열거한 세계적인 다리들에 비하면 동네를 연결하는 조그마한 다리에 불과하지만 카슬포드 주민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다리가 건설되는 동안 이미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협심하여 강과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로 강의 수질과 주변 환경은 몰라보게 개선되었다. 개장식을 하는 날 인터뷰에서 웬디 레이너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인들에서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다리 위에서 기뻐하는 모습을보았기 때문이며, 자신 역시 카슬포드에 사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지난 8년 동안 만큼은 이 다리의 건립을 위하여 투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룬 것이 어찌 다리 하나겠는가. 그녀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카슬포드 주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카슬포드 브리지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 카슬포드에는 초기 마스터플랜에 따라서 나머지 프로젝트들이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조차 거들떠 보지 않는 무관심 속에서 진행된 반면에,지금은 영국 전역의 관심과 지원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카슬포드 브리지는 연말에 시행될 각종 건축 및 공공시설물 수상작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은 상태다. 개인적으로 판단컨대, 최고의 공공건축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슬포드 브리지가 에어강을 연결했기 때문이 아니라, 닺혀진 주민들의 마음을 희망과 가능성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카슬포드 브리지가 그어떤 다리보다 아름다운 이유다.

* 본 원고의 저작권은 격월간 와이드 및 김정후 도시건축정책연구소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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