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칼럼] 소통 가능한 디자인 시장

전문가 및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걸림돌 때문…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예상치 못한 시점에 서울시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물론 이와 무관하게 올해로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0년이 되었고, 1995년 초대 민선시장의 등장 이후 서울시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수반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어왔다. 시장에 대한,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시장의 역량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비단 우리만의 상황이 아니다.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도시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도시의 성공을 견인할 수 있는 시장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었다.

주목할 점은 도시 경쟁력을 더는 몇몇 경제 지표에 의해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가 부강한 도시보다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도시 디자인’이 부각되었다. 그런데 현대도시에서 요구되는 도시 디자인은 특정 분야를 넘어 ‘통섭’의 정수라 부를 만하다. 정치, 사회, 경제, 지리, 건축, 토목, 환경, 조경은 물론이고, 이외에도 여러 분야와 복합적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정치학자 넬슨 윅스트롬이 도시의 중요성과 다양성의 증가를 설명하며 다양한 분야를 균형있게 조율할 수 있는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 이유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시 디자인을 통섭적 맥락에서 접근하면 시장이 갖춰야 할 핵심 덕목은 ‘소통 능력’으로 귀결되고,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전문가와의 소통이다. 도시 디자인은 수많은 시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을 개선하는 고도의 사회과학적 행위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소요될지라도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취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의 경우 지난 10여년 동안 도시 디자인의 형식으로 수많은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개별적 성패를 떠나 얼마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했는지를 살펴보면 매우 회의적이다. 시장과 전문가 간에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권위있는 전문가가 등을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았다.

둘째, 시민과의 소통이다. 도시 디자인을 실천함에 있어 명심해야 할 점은 혜택을 누리는 대상이 철저히 시민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단순명쾌한 명제의 실천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높은 평가를 받는 선진 도시의 공간과 시설은 시민을 위한 것이지, 결코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상의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공간과 시설이 궁극적으로 그 도시를 찾은 관광객에게도 동일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형식적 소통만으로 시민들의 본질적 요구를 파악했다고 믿고 시행하는 도시 디자인은 시민들로 하여금 도시 디자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 훌륭한 광장을 조성하고 멋진 박물관을 세운다 할지라도 많은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없다면 값비싼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전문가 및 시민과의 소통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걸림돌 때문이다. 전세계 여러 도시의 시장들이 존경하는 도시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시장이 도시 디자인을 정치적 맥락에서 결정하거나 시행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한다. 정치적 계산은 필연적으로 보이기 위한 방식들에 천착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앞으로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도시 디자인은 어김없이 시정의 핵심으로 자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바람은 그냥 디자인 시장이 아니라, ‘소통 가능한’ 디자인 시장의 출현이다. 그것이 곧 허울이 아닌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201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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