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선의 도시] ⑤코로나 19가 일깨운 ‘공간 주권’



감염병과 도시의 운명

2019년 겨울에 발병한 코로나 19의 누적 확진자는 6억 명, 사망자는 6백만 명이 넘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다시 한 번 감염병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화려한 도시국가였던 아테네가 장티푸스로 무너졌고, 14세기 유럽에 확산된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의 30%에 이르는 2천 5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8세기까지 2억 명 이상이 사망했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의학과 기술이 크게 발전했지만 19세기 이후 수차례 유행한 콜레라로 수백 만 명이 사망했고, 20세기 초반에 발병한 스페인 독감으로 5천 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시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분명하다. 도시는 과밀하고, 환경과 위생에 취약하다. 설상가상으로 대도시에는 집단이용시설이 밀집하고, 협소한 실내와 대규모 지하공간에서 많은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구조적으로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어렵다. 과학과 의학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발전했고,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정보통신기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앞에 속수무책인 현실은 도시가 마주한 운명이자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하게 한다. 그런데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설적이지만 감염병이 몰고 온 대재앙은 그 때마다 도시의 본질을 점검하고, 도시계획의 방향을 수정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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