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사람에 대한 이해 필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사람에 대한 이해 필요”

런던대(UCL) 김정후 박사, 충주서 ‘성공한 도시재생’ 주제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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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대(UCL) 지리학과 김정후 박사 (김정후 박사 제공)

[충북넷=박찬미, 이진호 기자] 성공한 도시재생의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지속가능성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 도시패러다임의 가장 중요한 지표를 삼았을 때 가능하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4일 충주시 공무원대상으로 열린 역량강화 세미나에 초청된 런던대(UCL) 지리학과 김정후 박사는 ‘유럽의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를 선보이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 박사가 사례 발표한 ‘글로벌 도시 지수(Global Cities Index·GCI)평가’ 지표에 따르면 1위가 뉴욕, 2위가 런던 3~5위는 각각 파리, 도쿄, 홍콩 순이었고 대한민국 서울은 11위에 랭크됐다. 반면 ‘도시의 삶의 질 평가’ 지표에서는 1위 오스트리아 비엔나, 2위~5위는 각각 스위스 취리히와 뉴질랜드 오클랜드, 독일 뮌헨, 캐나다 밴쿠버 순으로 비교적 소도시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나온 지표는 경제지표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 것이며 다음으로 나온 지표는 도시의 녹지 공간, 질병발병률 등 사회적 지수에 따라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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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패러다임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아야 한다. (김정후 박사 제공)

이점에 주목해야 할 것은 도시의 경제적 성장과 시민의 삶의 질적 만족도가 상이하다는 점이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도시들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오는데 주목해 왔지만 앞으로는 도시의 양적과 질적 성장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이것을 도시재생에 접목 시킬 때에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최근 한국의 지자체에서 도시재생에 관심도가 높아지며  각 지역에서 랜드마크라는 명분아래 지역을 대표하는 고층 건축물이나 박물관, 미술관 등의 건축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것은 도시재생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시의 재생을 위해서는 건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김 박사의 주장이다. 다음은 세미나를 통해 소개된 사례들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 벨기에 브뤼셀, 랜드마크를 찾다!

# 17세기 만든 오줌싸개 동상… 연간 360만 명 관광객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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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에 각 나라에서 선물받은 옷이 입혀져 있다. (김정후 박사 제공)

유럽 북서부의 작은 나라인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는 연간 360만 명이 다녀가는 세계적인 관광지인 오줌싸개 동상이 있다. 벨기에 브뤼셀은 도시의 랜드마크를 고민하면서 처음에는 파리, 베를린 등과 같은 고층건물, 박물관, 광장, 공원 등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지역의 랜드마크를 발굴하는 것을 택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오줌싸개 동상은 주인공인 줄리앙이 14세기 침입자들이 붙인 불을 오줌으로 불을 껐다는 등 여러 가지 전설을 가지고 있는 지역의 명물이었다. 브뤼셀은 이 동상을 랜드마크로 정하고 대외적으로 알릴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동상에 스토리를 더하고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국왕, 수상 등에게 동상의 의상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이를 홍보하고 전시하며 지역의 명물에서 세계의 명물로 성장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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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브뤼셀 그랑프라스 광장에서 오줌싸개 소년 동상으로 가는 거리가 관광객들로 붐벼 있는 모습이다. (김정후 박사 제공)

프로그램은 성공했다. 이으며 현재는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사례는 랜드마크는 고층건물, 박물관, 미술관 등을 ‘짓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것’ 임을 확인시켜준다. 현재 대한민국에 랜드마크가 붙은 지역 명소가 500여 개가 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박물관 및 미술관   이 1000개가 넘는데 비해 75%가 연간 방문객이 100명 이하라는 씁쓸한 현실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스페인 빌바오와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의 성공은 사람을 이해한 프로그램 덕분.  

# 시민들이 모무는 도시재생이 성공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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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인근 전경. 세계적 관광지인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빌바오 지역은 미술관 외에도 지난 15년 동안 주변 환경을 개선해 철저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김정후 박사 제공)

해외에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를 들으라고 하면 가장 먼저 손꼽이는 곳은 스페인 빌바오(Bilbao) 지역이다. 스페인 빌바오 지역은 유럽도시 중 제조업이 가장 발전한 항구공업도시였지만 20세기 중반 2차 산업(철강산업 및 제조업)의 쇠퇴 이후 침체를 겪었고 1970~80년대 이후 실업률 35%에 달하며 도시 기능을 잃었다. 이후 빌바오는 이곳에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구겐하임(Guggenheim Bilbao Museum) 미술관을 지었고 비정형 건물로는 세계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되며 연간 130만 명이라는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장소로 변화를 이끌어 냈다.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빌바오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것이 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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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빌바오 지역은 시민들이 거닐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관광객이 아닌 시민들을 위한 공간 개선에 중점을 뒀다.  (김정후 박사 제공)

하지만 김 박사는 이 지역의 도시재생 성공의 핵심은  구겐하임 미술관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김 박사는 “빌바오시에는 구겐하임 미술관 건축 외에도 15년 동안 네르비온 강의 공공환경을 정비하고 보행자로와 산책로, 벤치 등을 만들면서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데 집중했다”며 “이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실제 빌바오는 침체된 도시를 살아나게 하기 위해 먼저 공공환경 개선하고 이후 원도심 상권 활성화, 대중교통 정비, 친환경 트램(Tram·노면전차) 운행 등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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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빌바오 지역에 친환경적으로 제작된 트램(Tram·노면전차)의 모습 (김정후 박사 제공)

그렇게 폐광이자 항만도시였던 빌바오는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를 설정해 놓고 철저히 시민 중심의 도시로 변화를 시도했다. 그 노력은 성공했다. 김 박사 연구팀이 구겐하임 미술관 인근 공원을 방문한 방문객을 조사한 결과 60%가 시민으로 조사됐다. 이는 시민을 위한 도시환경이 시민의 외부 유출을 막아낸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테이트 모던도 이와 비슷한 사례로 소개됐다런던의 템스 강 북쪽에 버려졌던 화력발전소를 스위스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뮤론에 의해 지어진 테이트 모던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현대 미술관으로 부상한 건축물이라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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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내부에는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김정후 박사 제공)

 

하지만 이 곳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 것은 건물이 아니었다테이트 모던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항시 진행되고 있다강연공연바자회놀이체험 등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그들에게 장소를 내어준다. 이런 프로그램의 운영이 주변의 사람들은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연간 600만 명이 방문하는 테이트 모던 방문객의 70%가 영국 시민인 것으로 나타났다결국 지역 활성화는 외부 인구의 유입이 아닌 그 지역의 시민들을 통해 완전해 진다는 것을 이  두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재래시장, 시대에 맞춘 진화가 가져온 변화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타 카테리나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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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산타 카테리나 재래시장에 지붕을 씌운 모습 (김정후 박사 제공)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유럽에서 재래시장이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이자 재래시장의 성공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특히 산타 카테리나재래시장은 백화점,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안정된 운영을 이어가고 있어 관심을 끌고있다. 이곳의 성공은 사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문제에 대한 바른 이해가 답이었다. 이곳은 재래시장이 쇠퇘하는 원인을 조사하고 평가에 따른 개선에 집중했다. 부족한 주차장은 지하공사를 통해 확보했고 지붕을 씌워 냉·난방 문제를 해결했다. 또 협동조합을 구성해 포인트를 적립하는등 현대화 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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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산타 카테리나 재래시장의 변화된 내부 모습 (김정후 박사 제공)

이런 실천은 곧바로 성과로 나타났다. 카테리나 재래시장과 동일한 연 면적을 가진 이 지역의 대형마트와 1년간 매출 비교를 해 본 결과 대형마트보다 연 30% 이상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꼬집어 주고있다. 세미나를 통해 소개된 사례들은 도시의 역할과 지역민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도시재생을 성공으로 이끌수 있음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박찬미, 이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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